누리호 4차 발사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우주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27일 새벽, 대한민국의 첫 독자 우주 발사체인 누리호가 네 번째 비행에 도전하게 됩니다. 이번 발사는 발사체 기술 검증이라는 본래 목적뿐 아니라, 민간 기업이 발사 전 과정을 주도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총 13기의 국내 개발 위성이 함께 실리며, 우리나라 우주 기술의 현재 수준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누리호는 이미 세 차례의 발사를 통해 기술적 신뢰성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왔습니다. 4차 발사에서는 구성 장비와 발사차량을 민간이 대부분 책임지며, 본격적인 ‘뉴 스페이스’ 체제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아래에서는 이번 발사의 핵심 특징을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민간 주도 첫 발사… 누리호 개발의 새로운 전환점입니다
이번 4차 발사는 누리호 개발과 발사 준비를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단독 주도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이전까지 누리호 프로젝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었으며, 민간 기업들은 제작을 일부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사부터는 한화가 기술을 이전받아 제작·조립·운용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발사체 기술이 공공기관 중심의 개발 단계를 지나, 민간이 발사 사업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음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기업과 연구기관이 위성 발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며, 우주 산업 생태계가 폭넓게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해외에서는 이미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기업이 발사 시장을 이끄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어, 한국 역시 국제 경쟁력을 갖춘 ‘발사 서비스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4차 발사는 왜 새벽에 진행될까…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임무 때문입니다
이번 발사가 27일 새벽 00시 54분에서 01시 14분 사이에 진행되는 이유는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임무 때문입니다. 이 위성은 600km 상공의 태양동기궤도에 진입해 오로라 관측과 대기광 분석, 우주 자기장 측정 등의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나로우주센터와 목표 궤도면이 정확히 일치하는 시간이 새벽 1시 전후이기 때문에, 이번 발사는 누리호 최초의 야간 발사로 결정되었습니다.

오로라와 상층대기 관측은 지구의 대기권 변화와 통신 환경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태양 활동은 위성 궤도 안정성, 전파 환경, 기상 기술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정밀한 관측 데이터 확보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학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발사 시각이 과학적 목표에 맞춰 정밀하게 설정된 것입니다.
총 13기 탑재체… 국내 우주 기술의 종합 시험 무대입니다
누리호 4차 발사에는 총 13기의 위성이 실립니다. 이는 누리호 발사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전체 탑재 중량은 약 1040kg에 달합니다. 주 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 외에도 12기의 부탑재 위성이 함께 실려, 다양한 연구 목적을 수행하게 됩니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는 3개의 첨단 장비가 실립니다. 한림대의 바이오캐비닛은 무중력 환경에서 인체 조직을 3D로 배양하는 실험을 수행하며, 의생명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KAIST의 아이엠맵은 우주 플라스마 환경을 측정해 전파·통신 영향을 분석합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로키츠는 오로라를 촬영하여 태양 활동이 지구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합니다.
부탑재 위성들은 각 기관의 연구 목적을 담고 있습니다. ETRI의 ‘에트리샛’은 해양 환경 데이터를 위성으로 직접 중계하는 기술을 시험하며, 우주 생명과학 기업 스테이스린텍의 BEE-1000은 항암제 단백질을 우주에서 결정화해 신약 개발 가능성을 시험합니다. 우주로테크의 COSMIC은 임무 종료 후 스스로 대기권에서 소멸하는 ‘자기 폐기 기술’을 시험해 우주 쓰레기 문제 해결에 기여합니다.

이번 발사에서는 고효율 위성 연료인 하이드라진이 처음 사용되며, 국내 연구진이 연료 중화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했다는 점도 높은 기술 완성도를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한국 우주 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발사입니다
누리호 4차 발사는 단순한 “성공 여부”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발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민간 기업 중심의 우주 발사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게 되며, 다양한 연구·산업 분야에서 실질적인 우주 활용이 가능해지는 기반을 확립하게 됩니다. 또한 향후 차세대 발사체 개발, 재사용 발사체 기술 도입, 위성 서비스 산업 확대 등 국내 우주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11월 27일 새벽 하늘로 솟아오를 누리호의 비행은 한국 우주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중요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이번 발사가 우리나라 우주 개발의 신뢰성을 한층 강화하고, 더 넓은 우주경제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