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잠수함과 핵잠수함은 모두 바다 속을 누비는 강력한 전력처럼 보이지만, 추진 원리부터 작전 방식까지 완전히 다릅니다.
디젤 잠수함은 공기를 필요로 하는 디젤 엔진과 배터리로 움직이지만, 핵잠수함은 원자로를 이용해 사실상 무한한 잠항이 가능합니다.이 두 함정의 차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적 수준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요, 디젤과 핵잠수함의 차이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추진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
잠수함의 가장 큰 구분 기준은 ‘엔진이 어떤 에너지원으로 움직이느냐’입니다.
디젤 잠수함은 말 그대로 ‘디젤 엔진’을 사용합니다. 수상 항해 중에는 공기를 흡입해서 디젤 엔진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잠수할 때는 산소가 없기 때문에 디젤 엔진을 돌릴 수 없고, 대신에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꺼내서 ‘전기 모터’로 프로펠러를 돌립니다. 이 때문에 디젤 잠수함을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Diesel-Electric Submarine)’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핵잠수함(Nuclear Submarine)은 원자로(reactor)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해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추진력을 얻습니다. 즉, ‘핵연료’를 사용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원리는 원자력 발전소와 거의 같지만, 규모는 훨씬 작고 잠수함 내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초고밀도로 설계된 소형 원자로(Small Nuclear Reactor)입니다.
요약하자면
- 디젤 잠수함: 연료 = 디젤유, 에너지 저장 후 전기모터로 추진
- 핵잠수함: 연료 = 우라늄(핵연료), 핵분열 열로 터빈 추진

2. 잠항 시간과 작전 지속 능력의 차이
이 부분이 두 잠수함을 기술적으로 완전히 구분 짓는 핵심입니다.
디젤 잠수함의 한계점은 ‘공기’입니다. 디젤 엔진은 산소가 있어야 작동하기 때문에, 완전히 잠수한 상태에서는 엔진을 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정 시간 잠수한 뒤에는 배터리가 방전되어 수면 가까이 올라와야 합니다.

이때 공기를 흡입하기 위해 ‘스노클(snorkel)’이라는 파이프를 수면 위로 내밀고, 다시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이때 적 레이더나 적 위성에 노출될 위험이 생깁니다. 보통 디젤 잠수함은 연속 잠항 시간이 2~3일 정도가 한계입니다.

반면 핵잠수함은 공기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열은 밀폐된 회로 안에서 물을 가열하는 방식으로만 쓰이기 때문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몇 달, 심지어 1년 이상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작전할 수 있습니다. 승조원의 식량과 정신적 피로가 한계가 될 뿐입니다.
요약하자면:
- 디젤 잠수함: 수중 작전 2~3일 → 스노클 상승 필요
- 핵잠수함: 수개월 잠항 가능 → ‘진정한 수중 함대’
3. 속도와 출력의 차이
핵잠수함은 원자로 덕분에 사실상 무한대의 에너지 공급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높은 추진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 핵잠수함 최고 속도: 약 30~35노트(시속 55~65km) 수준
- 디젤 잠수함 최고 속도: 약 20노트(시속 37km) 내외
핵잠수함은 단지 빠를 뿐만 아니라, 장시간 고속 항해가 가능합니다. 디젤 잠수함은 배터리 용량이 한정되어 있어, 고속 항해를 하면 전기가 빠르게 소모되어 작전 지속 시간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그래서 보통 디젤 잠수함은 저속 은밀 작전용, 핵잠수함은 고속 장거리 전략용으로 나뉩니다.
4. 소음과 은밀성의 차이
잠수함에게 ‘소음’은 곧 생명입니다. 바다 속에서는 음파(sonar)가 주요 탐지 수단이기 때문에, 얼마나 조용한지가 생존을 결정합니다.
디젤 잠수함은 잠수 상태에서는 전기모터로 움직이므로 매우 조용합니다. 전기모터는 회전 부품이 적고 진동도 작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면 가까이 올라와 디젤 엔진을 가동할 때는 큰 소음을 냅니다. 그래서 “완전히 잠수했을 때는 가장 조용하지만, 충전할 때는 가장 위험한” 함정입니다.
핵잠수함은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펌프가 돌아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일정한 소음이 발생합니다. 다만 최신 핵잠수함(예: 미국의 버지니아급, 영국의 애스튜트급)은 냉각수 순환을 자연대류로 처리하는 자연 순환형 냉각 시스템(Natural Circulation Cooling)을 사용하여 거의 소음을 줄였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핵잠수함이 조용하지 않다’는 인식은 이미 옛말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최신형 핵잠수함이 더 은밀한 경우도 많습니다.

5. 작전 반경과 전략적 활용 차이
디젤 잠수함은 일반적으로 연안 방어용(coastal defense) 또는 단거리 전술용으로 사용됩니다. 우리나라의 장보고급, 도산안창호급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한반도 주변이나 동중국해 등 제한된 수역에서 은밀히 활동하면서 적의 함대를 견제하거나, 기뢰 설치, 어뢰 공격, 특수부대 침투 등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반면 핵잠수함은 원양 전략무기(strategic deterrent)의 성격이 강합니다. 한 번 출항하면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작전할 수 있고, 특히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해 ‘핵 억제력(nuclear deterrence)’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미국의 오하이오급, 러시아의 보레이급, 중국의 진급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핵잠수함은 단순히 무기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상징입니다. 바다 깊숙한 곳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적국은 “보복 핵공격의 위험” 때문에 먼저 공격을 망설이게 됩니다. 이것을 ‘보복 생존성(second strike capability)’이라고 부릅니다.
6. 건조 비용과 유지비의 차이
이 부분은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 디젤 잠수함은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약 5억~10억 달러(한화 6천억~1조 원) 정도면 건조할 수 있고, 유지보수도 비교적 단순합니다.
- 핵잠수함은 매우 비쌉니다. 원자로 개발, 방사선 차폐, 냉각 시스템, 안전장치 등이 복잡하기 때문에, 한 척당 40억~100억 달러(한화 5~13조 원) 수준에 이릅니다. 유지비도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디젤 잠수함만 운용하고, 핵잠수함은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 등 극소수의 핵보유국만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7. AIP 시스템: 디젤의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
최근에는 디젤 잠수함에도 AIP(Air-Independent Propulsion, 공기불요 추진) 기술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연료전지나 스털링 엔진을 이용하여, 공기 없이도 장시간 전기를 생산하게 해줍니다.
우리나라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도 이 AIP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기존보다 2주 이상 잠항이 가능합니다. 다만 핵잠수함 수준의 무한 잠항력은 여전히 불가능합니다.
정리하자면
| 구분 | 디젤잠수함 | 핵잠수함 |
| 에너지원 | 디젤유 + 배터리 | 핵연료 (우라늄) |
| 추진 방식 | 전기모터 | 증기터빈 |
| 잠항 시간 | 2~3일 (AIP로 2주 가능) | 수개월~1년 이상 |
| 최고 속도 | 약 20노트 | 약 35노트 |
| 작전 반경 | 근해 (연안 방어) | 원양 (전략 억제력) |
| 은밀성 | 잠항 중 우수, 충전 시 노출 | 일정한 저소음 유지 |
| 비용 | 수천억 원 | 수조 원 |
| 대표 국가 | 한국, 일본, 독일 | 미국, 러시아, 중국 등 |
결국 디젤 잠수함은 ‘은밀한 단거리 전사’, 핵잠수함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전략의 괴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젤 잠수함은 조용하고 효율적이며, 연안 방어에 매우 강합니다. 반면 핵잠수함은 전 세계 바다 어디서든 작전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입니다. 한 나라가 핵잠수함을 보유했다는 것은 단순한 해군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기술력과 국제정치적 위상’을 의미합니다. 즉, 디젤 잠수함은 ‘방패’라면, 핵잠수함은 ‘창’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